서도호전 을 보고 왔습니다. 날씨가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어서 그냥 다음주에 가버릴까..라고도 생각했지만,
다음주는 다음주대로 중간고사 코앞이고 바쁠것 같아, 결국 침대에서 나왔습니다.
길도 잘 모르는데 밤이되면 무서우니 아침일찍 갔다왔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싫진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입니다.
추운게 싫어서 그렇죠.
일주일전부터 메모해놓은것을 손에 꼭 쥐고 버스를 타고 또 지하철을 두번 갈아타고,
겨우겨우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한시간정도 걸린 것 같네요.
미술관은 저는 리움미술관으로 알고갔었는데 알고보니 삼성회사에서 하는 미술관인지
삼성미술관이라고 길안내 표지판에 적혀있더라구요. 커서 금방 찾아갈수 있었습니다.
아침일찍이어서인지 아니면 오늘 비가 와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사람들은 적은 편인 것 같았습니다.
오래 그림을 그려왔더니 이제 그림에선 좋고 나쁘고가 없어지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이냐, 별로 인 것이냐로 그림을 분류하게 되었는데
처음 미술관에 입장하고 서도호씨라는 생판 처음 들은 분의 작업을 보고있자니
솔직히 별로 감흥이 없었습니다. 천장에 매달아놓은 천으로 만든 여러가지 집들,
정말 정교하게 집안의 디테일들을 천으로 다 하나하나 만들어놓으셨지만
그것빼고는 작품이 제가 흥미있어하는 작업들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고 서도호, 라는 분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인터뷰 들을 읽고
작품들을 보니 처음과 많이 다르게 작업들이 다가오는것 같았어요.
참 신기한것같아요. 그냥 서도호, 라는 분의 얼굴을 보고 있을땐 흥미가지않던 것이
그의 속눈썹은 몇개이고 코는 어떻게 생겼고, 이 상처는 어떻게 생긴것이고,
이러한 그의 결과물들이 아닌 그 자신을 알고보니 작업물들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요.
역시 디자이너들이랑 다르게 작가 들은 작가 그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고 보면 또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작품이 곧 그 사람인가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2층의 방귀, 라는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시관안에서는 메모가 불가능해서 조금 섭섭했습니다.
오히려 사진은 찍는게 가능하던데 말이지요.
그때그때 생각나던걸 메모하거나 그릴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서도호라는 아저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번도 만나뵙지도 못했는데 말이예요. 그분이 살아오셨던 발자취들을 보고 온 것 같아요.
그외에 국제학교에서 걸어나오는 외국인 아이들이나,
우산을 함께 쓰고 걸어가는 할아버지할머니 커플들이나,
습기때문에 뿌옇게 변한 창문에 낙서를 하던 아이들이나,
그 창문에서 흘러내리는 빗방울들의 모습이나,
그런것들 메모하고왔습니다.
얼마전에 뵙고 온 이광호 선생님이나, 서도호라는 이분도 그렇고,
제가 좋아하는 분들 모두 자신의 좋아하는 일을 그냥 정신없이 하다가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서고계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저도 오래오래 좋아하는 그림 그리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