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年10月22日月曜日

102212


<장녀>


엄마랑 1008번 버스를 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미국에 있었을때를 떠올렸다.

밤에 엄마가 산 중고차(엄마가 파이어스라는 멋있는 이름도 지어줬었는데)를 타고
가끔 둘이 먼데는 못가고 집근처 마트에 장볼겸 바람도 쎌겸 자주 갔었다.
미국에 있는 4년반의 세월은 나랑 엄마 사이를 가장 좁혀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안에서 엄마는 엄마이기전에 한 여자가 되었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딸이자 한 여자가 되었기도 했고)

어제 버스에서, 조금 술이 취해서, 승윤이 일로 둘이서 대화를 나눌때 엄마는
한순간은 울 엄마였다가, 한순간은 어떤 아줌마 였다가,
어떤 한순간은 떼쓰는 것 같은 여자아이였다가, 또 다시 엄마가 되었다가
정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여러얼굴의 엄마를 봤다.

엄마는 항상 낙천적이셨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내가 아는 여자중에서 제일 현명하고 위대하시다.
그런데 그렇게 그 시골버스안에서 불안에 떨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라 오히려
나한테 답을 강요하시는 엄마를 보니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였다.
20살을  넘긴 후부터 엄마를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이후로
이런 경험을(엄마가 예전같지 않음을 가끔 느낄때) 종종 했는데,
꼭 마치 나한테 이제 너가 어른이 되어야 해.
이미 너는 어른이 되었음을 느끼고 있잖아.
넌 어른이야.
하고 빙빙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서글펐다. 알고싶지 않았고
모른 척 엄만 엄마니까 알아서 잘 해결할거야 떠넘기고 싶었다.



그치만 어제는 조금 달랐다.
동생을 걱정하며, 여러 얼굴을 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인다는게 얼마나 고단한 길일까, 아무 기준도 없이 자신만을 믿으며
자신의 핏덩이들을 기른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나도 함께 같이 할 순 없을까.

22년을 살아오면서 어쩌면 나는 여태껏 탯줄달린 아기 인채로 엄마뒤만
졸졸 따라다녔는지도 모르겠다.
난 어제 처음으로 엄마한테 가족다운 가족이 되어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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